『공격』 : 외모 지상주의를 향한 신랄한 풍자와 블랙코미디
아멜리 노통브. 프랑스 문학에 독특한 흔적을 남긴 그녀는 블랙코미디와 잔인함을 유머로 풀어내는 데 탁월하다.
나와 그녀의 첫 만남은 <적의 화장법>이었다. 그 작품을 읽고 그녀의 팬이 되었지만, 솔직히 팬이라 하기 민망할 만큼 다른 작품은 접하지 못했었다. 최근 마음을 다잡고, 그녀의 작품을 하나씩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그 시작으로 선택한 작품이 바로 『공격』이다.
『공격』과 『노트르담의 꼽추』의 현대적 재해석
아멜리 노통브는 『공격』을 통해 현대판 『노트르담의 꼽추』를 재해석한다. 하지만 전통적인 카지모도의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이 작품은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공격』의 주인공 에피판은 카지모도와는 확연히 다른 인물이다.
못난 외모와 여드름투성이 피부를 가진 그는 사람들의 반응을 즐기며, 심지어 그들의 경멸을 조롱하기도 한다.
그는 "뭐 어쩌라고?"라며 외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비웃는다. 결국 그는 못난이 모델로 성공하며 정상의 자리에 오른다.
그의 뻔뻔함과 당당함은 독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한 감정과 내면의 갈등이 숨겨져 있다.
에피판, 외모 지상주의를 조롱하다
작품 내내 에피판은 사람들의 시선에 주눅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한다.
그는 카지모도의 고뇌와는 달리, 자신의 못난 외모를 내세우며 "내가 바로 카지모도"라고 말할 정도로 당당하다.
하지만 그의 당당함도 사랑하는 여인 '에텔' 앞에서는 무너지고 만다.
외모 지상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그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의 외모는 사랑 앞에서 장애물로 작용한다.
이런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질문을 던지게 한다.
"에피판은 정말로 자신의 외모에 대해 아무렇지 않았던 걸까?"
"그가 사회적 시선을 비웃으면서도, 정작 사랑 앞에서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
블랙코미디, 통쾌함과 불편함 사이
『공격』은 블랙코미디의 성격을 띠고 있다. 유머와 냉소가 뒤섞여 때로는 웃음이, 때로는 거북함이 교차하는 독특한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아멜리 노통브의 화법은 강렬하고 직접적이며, 독자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책을 덮으며 떠오른 질문들
이 책은 단순히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독자들에게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사회적 기준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점검하게 만든다.
- 에피판과 카지모도의 진짜 차이는 무엇일까?
- 에텔을 비난할 수 있을까?
- 나는 정말 외모 지상주의에서 자유로운가?
이 질문들은 책을 덮고도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공격』은 외모 지상주의를 조롱하고, 사회의 기준을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작품이다. 가볍게 읽을 수는 없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나의 밑줄
"원래 아름다움은 그것을 숭배하고 찬양하는 사람들끼리 마음을 터놓게 하는 구실을 했는데, 이젠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있어."
"카지모도가 에스메랄다에게 홀딱 반하는 장면에서 독자는 미녀 에스메랄다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은 것이다.
그를 사랑해야 해. 얼마나 착한 사람인데, 겉모습만 보고 지레 겁먹지 말라니까.
상당히 괜찮은 생각이다. 하지만 왜 에스메랄다한테만 올바른 태도를 요구하는 걸까? 카지모도에게도 그래야 하는 것 아닐까?
사실 그는 여자의 겉모습에만 관심을 갖지 않았던가? 우리는 그가 겉모습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이 빠진 노파와 사랑에 빠져야 마땅하다.
그래야 그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지. 그런데 그가 마음에 품은 것은 누구든 반할 수 밖에 없는 어여쁜 집시 처녀다.
그런데도 이 꼽추 사내의 영혼이 순수하다고? 단언하건데 그의 영혼은 더럽고 천박하다.
나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내가 바로 카지모도니까."
- <공격> 에피판 독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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