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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다이어리

[책]소설 <무정>: 시대의 과도기, 그리고 성장 이야기

by 블루뮤즈 2025. 1. 9.

이미지 출처: 알라딘 공식 홈페이지 (https://www.aladin.co.kr)

1. 내가 왜 『무정』을 읽었을까?

왜 이 책을 선택했을까? 스스로도 의아했다.
예전에 읽었던 기억은 어렴풋할 뿐,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이 작가의 작품을 찾아 읽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어느새 책을 펼치고, 이유 있는 홀림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리고 이틀 만에 책장을 덮었다.

2. 옛날 소설? 의외로 세련된 전개와 흡입력

솔직히 『무정』을 읽기 전엔 '옛날 책은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기우는 첫 장을 넘기자마자 사라졌다.

책은 마치 추리소설의 긴장감로맨스 소설의 설렘을 함께 담고 있었다.


게다가 1917년 신문 연재 소설이라는 특성 덕분에, 마치 판소리의 고수가 추임새를 넣듯
작가가 직접 독자에게 말을 거는 연출이 신선했다. 

 

“이제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이런 식의 작가 개입은 소설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그리고 화려하지 않지만 담백한 문장 덕분에 술술 읽혔다.

주인공들 감정에 쉬이 이입되고, 감정이나 긴장감 표현 역시 찰지다.

현대소설에 못지않은 세련됨이 장착됨과 동시에 당시 어법을 어느정도 두어 나름의 맛이 살아난다.

3. 겉은 로맨스, 속은 시대의 초상

이 소설은 얼핏 보면 청춘 남녀의 삼각관계 이야기다.
형식, 선형, 영채. 

과연 형식은 누구와 사랑을 이루게 될까? 


이 질문이 이야기를 따라가는 주된 흥미 요소다.

그러나 이 작품이 진짜로 흥미로운 건
전통과 변화가 충돌하는 시대적 과도기를 밀도 있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 구시대 vs 신시대
  • 구여성 vs 신여성
  • 전통적 관습 vs 근대적 문명

이 대비 속에서 혼란을 겪고 성장하는 청춘들의 모습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시대의 성장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4. 주인공들의 성장, 그들의 선택

주인공 형식은 첫 등장부터 답답하고 우유부단한 인물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 남자는 도대체 뭐야?” 하며 답답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는 지식인답게 자신의 과오를 뉘우칠 줄 알고, 
성찰과 성장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입체적인 인물로 변화한다.

 

영채 역시 시대적 전환기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성장한다.
그에 비해 선형은 비교적 급진적인 성장을 보여준다.

각각의 성장이 서로 다른 형태로 다가와, 독자에게 저마다의 울림을 준다.

 

상투적일 수도, 지극히 대놓고 계몽적일 수도 있는 클라이막스가 찌릿 하고 감동이 오는 걸 피할 순 없었다.

처음 소설을 읽을 때부터 서서히 여물어오던 감정의 복받침 이었을지도 모르겠다. 

 

5. 홍수와 새 생명, 상징적인 장면

소설 중반, 홍수와 이재민을 마주하는 사건은
젊은 청춘들의 갈등을 봉합하고, 하나로 의기투합하게 만드는 전환점이 된다.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만삭의 여인과 새 생명의 탄생은
낡은 것을 비우고 새로 태어남을 상징하는 장면처럼 보였다.

이는 소설의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기 위해선, 고통과 성장통을 거쳐야 한다는 것.

 

6. 변화의 속도, 그리고 나의 성장통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디지털에서 AI로. 세상은 빠르게, 그리고 끊임없이 변해간다.

이제는 어떤 변화가 올지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다.
그 속도를 따라잡기 벅차 방황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시대는 다르지만, 소설 속 청춘들이 겪는 혼란과 성장통을 나는 결코 남 일처럼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불안과 고민에 깊이 공감했다. 

소설 속 청춘들이 겪은 과도기적 고민과 성장은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고민과 맞닿아 있는 듯했다.

 

100년 전의 이야기지만,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의 고민과 성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성장 서사.


그것이 『무정』이 오늘날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7. 『무정』을 덮으며…

『무정』은 시대의 전환기, 그리고 개인의 성장기를 그린 소설이다.
때로는 찌릿하게, 때로는 뭉클하게 다가온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성장통이 끝나면, 새로운 내가 시작된다.”

 

그 끝에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기를 바라본다.


나의 밑줄

  • “이제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 “비움을 통해 새로 태어나는 과정은 아픔을 동반한다.”
  • “성장은 언제나 혼란과 혼돈을 지나야 한다.”

로맨스에 빠져들다가 시대의 울림까지 느끼게 되는 책.